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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효와 오징어 게임(2021. 11. 3.)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금강일보] 집 나가면 고생이다. 하지만 나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집에는 고락을 같이하는 부모형제가 있지만 집 나가면 의지하던 가족과 떨어져 힘든 일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 고생길이다.

가족공동체 중심의 사회에서 집을 나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거기엔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유목사회와 비교되는 정착 농경사회만의 특징이다. 농경사회에서 집은 단순 주거 기능만 있지 않다. 개인적 생로병사는 물론 조상 대대로 이어오는 집안의 가치와 정신을 간직한 신성한 공간이다. 별도의 사당이 없어도 집안 어딘가에 그 기능을 하는 공간이 존재했다.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의 영정사진을 집안 어딘가에 보관한 것이다. 그 아래 향불 제단을 둔 집안도 있다.

집은 단순 생활공간만이 아닌 가족과 조상의 정신적 맥을 잇는 공간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존하는 초월적 공간인 것이다. 먼 거리 여행 경계를 효행의 근본 요소로 삼은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가더라도 반드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알려야 했고, 돌아와서도 반드시 그 결과를 보고했다. 그것이 효자의 도리였다. 따라서 집을 나갈 때는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었다.

첫째, 입신출세의 길이다. 과거 응시를 위한 집 밖 출입은 무엇보다 소중했고 모두가 원하는 외출이자 자랑이었다. 집안에서의 신체보전이 효의 시작이라면 집 밖에서 이뤄지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은 최고의 효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외출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일부 사대부가만의 특례였다.

둘째 병든 부모 치료를 위한 간절하고도 절박한 외출이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오로지 한 가지 소원, 치병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갔다. 괴나리봇짐 하나 짊어지고 산하를 헤맸던 효행 순례다. 산중 노숙도 다반사였고 꿈속 백발노인이 나타나 특효약을 알려주고 사라진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노인이 알려준 약으로 부모를 치료한 효자는 주변의 칭송을 받으며 온갖 특혜의 대상이 됐다.

과거 등과를 위한 화려한 외출이든, 치병 위한 절박한 외출이든 공통점은 효행에 있다. 이렇듯 집을 나갈 수 있는 정당한 사례가 모두 효행에서 나왔다. 앉으나 서나 나가나 들어오나 부모 생각이 우리의 정서였고 외출도 그것과 연관됐다. 한민족의 이런 정서는 놀이문화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이 집을 나와 생사를 넘나드는 극단적 놀이에 참여한 이유는 부모 치병을 위한 결단이었다. 놀이에 참여한 탈북 소녀 역시도 부모와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다.

효가 모티브가 돼 극단적 선택을 했고 효를 위한 것이기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누구보다 치열했다. 부모 살리는 길이 그것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효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알아차린 경쟁 상대가 승부를 양보하는 미덕도 나왔다. 개인적 욕망 성취를 위한 이들은 대개가 쓰러지고 무너졌다. 처절한 싸움 끝에 최후 승자는 결국 효자가 차지했다. 어찌 됐든 효자가 이긴다는 결론이다.

이전에 유행했던 오징어 게임 자체도 가족주의 효문화와 무관치 않다. 원안(집)에 있을 땐 안전하지만, 집을 나와서는 수많은 싸움과 도전에 직면했다. 치열한 싸움을 치르며 목표를 향해 갈 때 중간 기착지인 원 안에서는 잠시 휴식할 수 있다. 집과도 같은 원 안에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서 집을 나와야 하고 나와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고는 다시 본래 집으로 돌아가는 게 오징어 게임이다.

태어난 집에서 세상으로 나와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임 규칙이 인생사와도 같다. 집에서 시작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여기에는 한국적 가족문화가 깊게 깔렸다. 오징어 게임, 전통적 놀이문화에 효를 이면에 깔고 세계적인 걸작이 됐다. 한국적 가족주의와 효문화를 살린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우리의 효문화가 인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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