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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칼럼] 화끈함보다는 잔잔한 효문화가 진짜(2021. 5. 19.)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금강일보] ‘효도할 효(孝)’란 한자는 젊은 자녀가 늙은 부모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합리적 의미를 글자에 담고 있다.

    효를 핵심가치로 여긴 조선시대는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과 함께 효행자를 구휼하고 표창했다. 사회적 약자와 효행자를 같은 선상에서 존중하고 보호했던 것이다. 특별히 시정법(侍丁法)은 부모가 질병이 있거나 집안에 노인이 계시면 부역과 병역을 면제해 주는 제도였다. 70세 노인에게는 한 아들, 80세 이상 노인에게는 세 아들, 90세 이상이면 모든 아들에게 온갖 부역과 병역을 면제해 주었다. 이렇듯 조선은 효와 노인을 존중했던 사회였다. 세종대왕은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자가 있다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장례를 치르지 못한 가정도 정상적인 장례를 치르도록 도왔다. 가정의 안정과 효문화 진작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조선의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정책’은 가정과 약자보호 차원에서 전개됐다. 효자를 관리로 등용하는 정책도 펼쳤다. 과거시험과 음서제 아니고서도 효행만으로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사회가 조선이었다.

    효경에서 입신양명을 효라 했는데 조선은 효를 하면 입신양명이 가능한 사회였다. ‘효자집안에서 충신 난다’란 믿음도 작용했다. 부역과 병역 면제 등 갖가지 혜택을 받으며 관직까지 보장된 효행장려책이 조선사회에 있었다면 부조리의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효행의 진위를 구별하는 문제가 중요했던 것이다. 출세와 혜택에 눈 먼 이들의 가짜 효행을 구별하는 일이었다. 세종대왕이 철저히 실사를 거친 효행자 추천을 지시한 까닭이다. 효행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야만 효자로 표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효행은 공경하는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효라 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문안하고 평소 부모님 뜻을 존중하는 일이 효의 기본이라면 효행사례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막상 효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효행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부족하다며 감추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도 정부에서는 여러 특혜를 부여하면서까지 효행자 추천을 명령했다. 효행을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부작용을 피하는 길은 구체적인 효행사례의 제시였다. 가시적 효행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공경, 기쁨, 행복의 보이지 않는 일상적 효행보다는 할고단지, 삼년상 같은 눈에 띄는 효행사례가 중심이 됐던 이유이다. 할고단지는 신체훼손을 금하는 효행의 원리에서 벗어난 것이었고, 무리한 삼년상은 건강한 이들의 몸을 해치는 오히려 불효가 될 수도 있는 효행이었다. 극단적 헌신, 봉사, 희생의 효행을 부추긴 것은 결국 증거를 요하는 효행상 제도였다.

    이는 전통적 효행사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효행자 표창에서도 비슷한 일이 지속되고 있다. 각 가지 효행수상자들의 면면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오랫동안 치매와도 같은 노인병 수발한 사람들을 선발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사회적 의료 복지 혜택을 주어야할 대상에게 효행상을 준 것이다. 이런 분들의 눈에 띄는 효행 증거가 추천자 입장에서는 당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에 대한 표창은 효문화 진작과 진흥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사회적 배려와 혜택을 요하는 효행자들에게는 명목상의 효행상보다는 실질적 의료 복지혜택 등이 절실하고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게 효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발굴, 칭찬하고 격려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효문화는 다시금 긍정적 정신문화로 자리할 수 있다.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 속의 효행, 부모와 자녀가 함께 다정다감한 친구처럼 어울리는 가정, 삼대가 어우러지는 다복한 가정, 비록 핵가족이라도 늘 웃음꽃이 떠나가지 않는 가정 등을 기리며 축하하는 장이 효행자 표창으로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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