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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칼럼] 솔선수범의 위력(2021. 4. 21.)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금강일보] 조선은 유교를 국시로 삼은 나라이다. 유교의 핵심 가치는 인(仁)이고 인을 실천하는 근본은 효제(孝悌)에 있다. 효제는 부모자녀, 형제자매 간 ‘사랑과 공경’을 도리로 삼았다. 가정이 안정돼야 나라가 잘 되고 '효자 집안에 충신 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렇듯 조선은 ‘애경(愛敬)’의 윤리를 기본으로 하는 도덕사회였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사회적 약자 구휼과 효제 실천을 국가정책으로 표방했다. 효행자들에게는 온갖 혜택을 부여했다. 이후 조선의 모든 왕들은 이를 계승했고 효자 등용 정책도 펼쳤다. 입신양명(立身揚名), 곧 출세를 효라 했지만 효하면 출세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세종은 왕위에 올라 적장자가 아닌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효행정책을 펼쳤고 조선의 그 어떤 임금보다 출중한 성과를 올렸다. 왕조교체기의 혼란을 안정시키면서 효행자를 발굴해 표창하고 우대하면서 성군으로까지 추앙됐다. 몸소 효의 귀감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치 안정을 위한 적장자 왕위계승의 전통을 만들며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를 강조하는 효치(孝治)를 이룩했던 것이다.

    효에 솔선수범했던 세종의 삶, 효치의 전통은 아들 문종, 손자 단종에게 이어지며 조선은 도덕 사회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아들 문종은 부친 세종이 앵두를 좋아하자 궁궐에 앵두를 심었고 몸소 앵두를 따서 봉양했다. 세종은 문종의 지극한 효성을 칭찬하며 무엇보다 앵두를 먼저 들었다고 한다. 엄격한 의전과 격식으로 가득찬 궁궐 내 부자 간 따뜻한 사랑과 공경은 민간의 아름다운 효행 사례로 전해졌다. 임금이 효를 실천하자 백성들이 흠모하며 따랐던 것이다. 이를 보고 자란 단종 역시도 감동적인 효행을 선보였고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어졌다. 효행 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던지 조부였던 세종시대 다음으로 규모 있게 많은 효행자 표창을 시행했음은 실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특히 4세, 8세, 10세 등 어린 효행자에 대한 표창은 다른 시대와 비견되는 점이었다. 어린 단종의 뜻을 이해한 주변 신하들의 특별한 배려였을 것이다.

    문제는 부자·형제 간 갈등이 심했던 세조 때였다. 부친 세종의 뜻을 저버리고 조카를 죽여 왕이 된 세조 역시도 여느 왕들처럼 효행 정책을 펼으나 정작 본인은 효제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효행정책의 난맥상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효치로 성군의 기틀을 마련하던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것도 효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보인 가족·형제 간 피바람은 전형적인 패륜아의 모습이었다. 자신은 불효, 불경하면서 남들에게 효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형제의 난, 부자 간 첨예한 대립 등 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태종이야 역성혁명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시기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세종 이후 나라 안정이 이뤄지던 시점에서 권력을 강탈한 세조의 탐욕은 도덕 윤리의 기본질서를 뒤흔든 결과를 낳았다.

    그런 세조가 왕위에 올라 효행정책을 펼쳤으니 설득력이 있었겠는가. 임금 본인이 효제와 거리가 멀었으니 백성들이 효제를 따를 수 없었을 것이다. 왕위 강탈에 도움을 준 신하들의 불효를 눈감아 주는 일도 생겼다. 자파 중심의 정권 유지를 위해 강상윤리마저 저버린 것이다. 실록에 근거하자면 재위 기간이 3년뿐이었던 단종은 65건의 효행자 표창을 단행했지만 13년 재위했던 세조는 단 2건밖에 시행하지 않았다. 지도자의 솔선수범한 효행이 실제 정책과 깊게 관계됐음을 보여준다. 효에 역행했던 세조의 삶은 효행정책을 퇴보시켰고 훗날 두고두고 세조를 불효자로 낙인찍는 결과를 가져왔다.

    작금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본인의 삶과는 다른 이중적 태도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조의 불효, 불경했던 삶이 결국 그 시대 효행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준 것처럼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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