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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칼럼] ‘그 때’는 낭만, ‘이 때’는 일탈(2021. 1. 27.)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금강일보] 조선 세종 때 경남 진주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패륜범죄는 중앙에 보고해야 했다. 소식을 접한 세종대왕은 낯빛이 변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효를 핵심가치로 삼던 유교국가 조선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종은 땅에 떨어진 윤리를 개탄하며 효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로 이 사건은 ‘삼강행실도’ 편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교육은 필요에 따라 설득력을 더한다. 아무리 소중한 가치라도 필요성이 없다면 절실하지 않다. 효교육이 필요한 것은 효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효가 절실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효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육친(六親)이 화목하지 못하자 사랑과 공경이 나왔다‘는 노자의 말에 설득력이 실린다. 효가 일상화됐다면 효 교육이 그렇게까지 필요했을까.

    효행자 포상도 마찬가지다. 효자 많은 사회에는 효자상이 필요 없다. 모두가 효자인데 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상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조선의 효행자들이 값진 것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의 효문화 자산 조사하며 느낀 점이다. 한동네 여러 개의 효행정려가 몰려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왕조 500년의 시간과 살았던 사람들의 수를 감안하면 조선의 효행자는 결코 많았던 게 아니다. 조선이 왜 그렇게 효를 강조했는가를 역으로 알게 된다. 따라서 조선을 효의 사회로 단정하는 것은 속단이다.

    이후 시대도 마찬가지다. ‘내 때’를 얘기하며 효를 강조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때를 그리며 모든 게 예절 바르고 공경심 투철했던 시절로 말한다. 실제 그랬을까. 1950~1960년대 신문보도 내용이 실상을 알려준다. ‘모친 폭행사건’, ‘불효 학대에 격분한 부친 아들 칼로 찔러’, ‘용돈 안 준다고 시비 걸어 아버지 때린 불효’ 등등 불효, 불경 기사들이 심심찮다. 결국 기성세대의 ‘그 때’와 요즘 시대의 ‘이 때’는 큰 차이가 없다. 버르장머리 없다는 풍기문란 얘기도 마찬가지다. 남녀칠세부동석 관습이 남아 있던 시절에 남녀가 맞대고 토론하는 것, 남녀가 길가에서 데이트하는 것, 남녀학생이 같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것 등등은 모두 풍기문란이었다. 요즘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풍기문란이었다. 있을 수 없는 부모의 걱정거리였다.

    ‘쇼를 공연할 때마다 30~40명의 소년 소녀들이 짝을 이뤄 통로에서 트위스트를 추며 기성을 지르고…(경향신문 1965년 2월11일)’, ‘10대 남녀 27명이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다방에서 고고춤을 추다 풍기문란 혐의로 입건돼 가족이나 아동보호소에 넘겨졌다(동아일보 1971년 5월 31일)‘라는 기사는 특별할 것도 없다.

    1965년도 풍기문란이 1962년과 비교해서 무려 600%나 증가했다고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한 기사도 있다. 당시 기성세대가 당시 청소년들의 일탈을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 삼았는지 알려준다. 아마도 말세라며 통탄했을 일이다. ‘그 때’의 청소년들이 이제 기성세대가 돼 지금의 청소년들을 훈계하고 있다. 당대 가치와 분위기를 놓고 본다면 일탈은 모두가 일탈인데 그분들 눈엔 요즘 청소년들은 ‘일탈’이고 본인들의 그것은 ‘낭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서 세대공감은 멀어진다. ‘내로남불’은 세대 간 소통 공감을 막는 결정적 장애물이다.

    한국효문화진흥원이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는 ‘삼대가효’는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핵심가치로 삼는다. 기성세대가 스스로를 ‘낭만’으로 여기며 신세대 청소년을 ‘일탈’로 보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현대적 효는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게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려 소통하며 공감하는 일이다. 새로운 효문화는 1세대 노인분들이 3세대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서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삼대가효, 주변의 호평이 이어지는 것도 양방향 효문화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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