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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칼럼] 언택트 시대의 효문화(2020. 11. 30.)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금강일보]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인간의 돌봄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잦은 접촉이 좋은 농작물의 조건이란 얘기다. 농경사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마음이 이 정도라면 인간에 대한 인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나서서 하던 품앗이 정신이 대변한다.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던, 그래서 이웃간의 벽이 없던 역시 농경시대의 일이다. 한 집안의 잔치는 동네잔치다. 혹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이런 이웃간의 정은 며칠이고 지속되었다. 온 동네가 총동원된 것이다. 하물며 혈육으로 뭉친 부모자녀 간의 끈끈한 정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한 지붕 밑에 살면서도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렸다. 잠시 문밖출입이라도 할 때면 보고는 필수항목이었다. 오죽하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부모생명을 살리려고 했을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돌아가시면 3년간 무덤을 지켰다. 그도 모자라 이름 석자 나무판에 써놓고 평생을 가까이서 모셨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 제사문화의 현장이다. 결국 죽어도 죽은 게 아니었다. 한마디로 시종일관 ‘무간(無間)’이다. 사나 죽으나 공간적 시간적 간격을 두지 않았던 것이 ‘부자유친(父子有親)’이고 이것을 효라고 했다. 효는 생로병사의 인생행로 속에 관계의 틈을 두지 않는 절대적 가치였다. 손이 끈기지 않는 한 부자관계는 영속적이었고, 거기에 효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어차피 자신이 행한 효는 자신이 받을 효이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었다. 한 만큼 받는다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효자 집안 효자 난다.'는 얘기도 여기서 비롯됐다.

    ‘무간’의 효는 산업사회에도 이어졌다. 몇 달을 떨어져 살다가도 명절 때만 되면 그 길을 갔다. 아무리 고난의 행렬이라도 ‘무간’ 곧 빈틈 메꾸기 위한 효의 행렬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두 손에는 무거운 선물 보따리가 들렸다. ‘틈(有間)’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보따리는 불효를 씻기 위한 최소한의 속죄물과도 같았다. 시간적 공간적 틈이 불효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무간’에서 자꾸 틈을 두라고 말한다. 틈이 있어야 산다는 생존의 몸부림이다. 언택트 시대다. 언택트 관광, 언택트 공연, 언택트 문화, 언택트 교육도 나왔다. 이것이 사회적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 가상현실(VR) 쇼핑, VR 부동산, VR 아카데미, 챗봇 등 비대면 서비스를 지칭하던 첨단 기술이 이제는 사회전반을 장식하는 용어가 되었다. 어차피 다가오는 현실이었지만 코로나19로 더욱 빨라졌다.

    무간, 친친(親親)의 효를 핵심가치로 여기던 민족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우리가 남이가… 정(情)”을 외치던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너무나도 가혹한 요구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던 심신일체의 세계관에서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란 심신분리의 정반대 요구도 나왔다. 그런데 이런 가혹하고도 충격적인 요청에 효를 부담으로 느끼던 사람들은 오히려 반기고 있다. 아마도 빈틈없음을 요구했던 ‘무간’의 효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부모 가까이서 헌신 봉사 희생을 효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방일 수 있다.

    뉴노멀시대 구태의연한 효실천엔 한계가 있다. 언택트가 자유로운 세대에게 기존 무간의 효는 설득력이 없다. 비대면시대 새로운 효문화의 방향과 방법을 찾을 때이다. 한동안 군불 때던 고향 어르신께 따뜻한 보일러는 최고의 효행 선물이었다. 첨단시대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부모님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만든 해방의 도구였다. 따뜻한 공간과 자유로운 몸과 마음을 확보했으니 최소한의 효는 이미 실천한 셈이다.

    이제 무료함을 달래주는 소일거리 콘텐츠 제공이다. 그것도 흐뭇한 미소를 저절로 머금게 하는 자료라면 금상첨화다. 어르신들의 꿈과 희망인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AR(증강현실)로 담는다든지, 부모님의 즐거웠던 과거 모습을 VR로 만들어 보내드린다면 무료했던 하루가 온종일 즐겁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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