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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화해 화합의 효문화 한마당, 한가위를 기다리며(2018. 9. 10.)

[금강칼럼] 화해 화합의 효문화 한마당, 한가위를 기다리며

 

 

- 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기록적인 한여름 무더위를 생각하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을이다. 가을의 한복판 추석도 가시권이다. 추석을 중추절(仲秋節)이라 한 것도 가을의 중간이란 뜻이다. 음력으로 가을은 7·8·9월이고 그 한 가운데인 8월 15일이 추석인 까닭이다.

또 추석(秋夕)을 직역하면 ‘가을저녁’이 된다. ‘가을’은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꾼 오곡백과를 거두는 계절임과 동시에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저녁’은 아침에 일어나 낮시간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며 밤의 휴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가을’과 ‘저녁’은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계절이자 시간이다.

추석이 감사의 축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풍성한 첫 곡식과 과일의 수확을 감사하는 일종의 ‘추수감사절’이다.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를 견뎌낸 오곡백과이니 더욱 감사할 일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이런 추석을 조물주와 자연을 경외하며 낳아주신 부모님과 그 위로 조상님께 감사하는 효문화 제전으로 승화시켰다. 조상에 대한 감사 축제를 ‘차례’라 하며 정성을 다한 것은 살아생전 이 땅을 풍요롭게 일궈놓으신 노고에 대한 보은(報恩)이었으니 추석은 효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사랑과 공경의 효문화 교감이 추석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차례란 말이 흥미롭다. ‘차례(茶禮)’란 글자 그대로 차로써 조상에게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하지만 붕어빵에 붕어 없듯 ‘차례상’에 차가 없다. 차대신 술이 오르면서 ‘주례(酒禮)’가 되었지만, 여전히 ‘차례’라 부른다.

 

중국에서 전래된 ‘차례’가 우리나라에 와서 차 대신 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차례상에 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술만큼이나, 아니 술보다 차가 더 소중한 의전용 음료였다. 차에 익숙지 않은 우리의 생활습관상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후손의 당연한 도리이자 마음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茶禮’라 써 놓고 ‘다례’라 읽지 않고 ‘차례’라 읽는 것도, 그리고 ‘茶道’를 ‘차도’라 하지 않고 ‘다도’라 하는 것도 재밌다. 국한문을 섞어 쓰면서 ‘역전(驛前)’보다는 ‘역전앞’이 편해진 것처럼 때론 한글로, 때론 한자로, 때론 혼용해 쓰면서 생긴 일이다. 중국의 영향은 받았으되, 우리 식대로 받아들인 현상이다.

중국인들에게 차는 제사의식뿐만 아니라 고관대작들의 만남이나 결혼식과 같은 의전용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음료였다. 중국인들이 늘 마시는 것이 차이지만, 실제 의식에 사용되는 차는 일상적인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존재이다.

때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의전용 차는 맛도 가격도 평소 음용하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 가정이나 차관(茶館)에서 고급차를 대접 받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얼마나 차를 소중히 했으면 차의 경전인 다경(茶經)이 나오고, 차의 족보를 기록한 다보(茶譜)가 나오고, 그에 따른 예법 다도(茶道)가 나왔을까.

물이 좋아 차 대신 물이 일반화 되었던 우리사회에서 차는 그리 중요한 음료가 아니었다. 곡차로서의 숭늉이나 보리차는 가장 흔한 음료였다. 그래서 조상들은 차 빠진 차례상에 차 대신 술을 올렸다. 그러곤 “술이 없으면 모임이 성립하지 않고, 술이 없으면 의식을 치를 수 없다.”(無酒不成席, 無酒不成禮)는 말을 회자시켰다. 모임과 의전에서 술은 필수가 되었고, ‘다도’ 대신 ‘주도(酒道)’가 자리 잡았다.

특별한 모임과 의식에서의 음료가 차에서 술로 바뀐 것이라면 차례의 형식적 의미는 이미 희석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차례상에 모두가 함께 마실 수 있는 수정과나 식혜같은 우리의 전통음료를 올리고 나누는 것은 어떨까. ‘음복(飮福)’하며 주류(酒類), 비주류(非酒類), 주당(酒黨), 비주당(非酒黨) 나눌 필요도 없을 것이고, 술판으로 인한 후유증도 사라질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온 가족 화합 한마당에서 술 때문에 낯 붉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종교 간의 만남으로 인한 갈등이나 충돌을 지양하고 서로를 배려 존중하는 풍토 속에서 온 가족이 화합하는 즐거운 민족 명절이자 효문화 대축제로 추석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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