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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효와 기생충(2019. 6. 11.)

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홀로 독자적으로 살수 없는 동물이 있다. 다른 것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빼앗아 생활하는 기생충을 말한다. 자립이 불가능한, 더부살이 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비견하기도 한다. 이들의 말, 행동, 생각은 자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어차피 계획을 세워본 들 뜬구름 같은 얘기일 뿐이다. 실망만 커진다. 무계획이 상팔자다. 칸 영화제를 장악한 ‘기생충’의 분위기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뭘 해도 희망이 없던 반지하 일가족에게 작은 빛이 찾아왔다. 아들이 부잣집 딸 과외선생으로 들어간 것이다. 명문대 재학생이란 문서위조도 등장했다. 부잣집엔 의외로 빈틈이 많았다. 특히 부잣집 엄마가 그랬다. 부의 높은 울타리에 갇혀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깜깜이다. 작든 크든 그럴듯한 말엔 늘 속아 넘어 갔다. 착하고 순진한 건지 단순 무식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빈틈을 확인한 딸 과외선생 아들은 자신의 여동생을 부잣집 망나니 아들 미술담당 과외선생으로 추천한다. 물론 이 때도 허위사실로 무장했다. 부잣집 기생충으로 반지하 단칸방 아들딸이 잠입했다. 위장 취업에 성공한 남매는 기존 부잣집 운전기사와 가정부 아줌마의 빈틈도 엿보았다. 교묘한 방법으로 그들을 주인집에서 쫓겨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자신들의 엄마 아빠를 알선했다. 남매는 가정교사로 엄마 아빠는 가정부와 기사로 부잣집에 들어왔다. 반지하 단칸방 일가족 전원이 부잣집 위장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본격적인 기생충 생활의 시작이다. 어찌됐든 남매 간의 수평적 사랑, 부모자녀 간의 수직적 사랑, 모두가 빗나간 사랑이었어도 서로가 서로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부자와 빈자가 동거하며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요소가 복선으로 깔렸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공생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틈틈이 비쳤다. 냄새만으로도 부자와 빈자는 구별되었다. 그게 살인으로까지 연결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부터 반전이다. 어느 날 부잣집 식구들은 망나니 아들 생일파티를 위한 초호화 여행을 떠났다. 주인 없는 부잣집은 이제 위장 취업한 기생충들이 장악했다. 인생팔자 시간문제일까. 꿈같은 시간도 잠시잠깐. 그날 밤 비가 세차게 내렸다. 초인종이 시끄럽게 울렸다. 파티를 즐기던 기생충 가족은 긴장했다. 전직 가정부가 찾아온 것이다. 알고 보니 전직 가정부도 철저한 기생충이었다. 주인 몰래 지하 창고에 남편을 숨겨두고 간병한 것이다. 역시 처절한 부부애다.

쫓겨난 기생충과 새로 들어온 기생충의 생존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터는 부잣집 지하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전쟁의 시작이다. 나와 내 가족 살기 위한 기생충들의 생존 몸부림은 결국 잔인한 살상으로 이어졌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부르는 법. 세찬 비바람에 초호화 생일파티 여행을 떠났던 주인집이 별안간 돌아오며 전쟁은 3파전으로 확전되었다. 기생충 가족 간의 잔인한 싸움에 멋모르는 주인집이 가세한 것이다. 피가 낭자한 살상 전쟁. 내 가족 살리기 위한 남의 가족 죽이기 전쟁. 내 가족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빗나간 사랑과 공경. 영화 전반에 걸친 포장된 가족애다. 이기적이고 차디찬 부모자녀 간의 애경(愛敬) 아닌 애경이 쓸쓸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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