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효와 애완견(2019. 5. 13.)
- 등록일 : 19-05-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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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말한다. 그럼 사회적 동물에 인간 말고 다른 동물은 포함되지 않을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농경시대 이전에는 오로지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이었지만, 농경 및 산업사회로 나아가면서 상당수 가축이 포함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경시대 이전부터 사회적 동물에 포함된 것이 있다. 개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동물이다. 시기도 농업혁명 이전이다. 북부 이스라엘에서는 1만 5000년 전 여자와 강아지의 뼈가 함께 발견되었다. 강아지뼈는 여자의 머리 가까이 있었고, 여자의 왼손이 개 위에 놓여 있었다. 마치 애완견을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영락없는 개와 인간의 유대관계를 보여준다.
농경사회 이전부터 개는 유용했다. 인간과의 친숙성이 유난히 강한 개는 사냥과 싸움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활용가치가 높았다. 인간과 소통이 가장 잘 되는 동물로 한 주인을 따르는 충성스러운 존재였다. 이렇게 늘 살갑게 대하면서 개는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와 가장 친숙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고고학적 유물뿐만 아니라 고대인들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개는 인간과 유독 친밀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옛날에도 개가 죽으면 사람처럼 예식에 따라 매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으면 안 간다'는 속담도 이를 증명한다. 그러고 보면 애완견에 대한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렇듯 사회적 동물 인간의 역사와 개의 역사는 동반자 관계로 유서가 깊다. 감옥의 ‘옥(獄)’자를 개 두 마리(?과 犬)가 언성을 높이는 것으로 그린 것도 개가 얼마나 인간사회와 밀착되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개도 종류가 있고, 종류 따라서 대접도 달랐다. 마치 그 옛날 신분에 따라 대접이 달랐던 인간처럼 개도 일상 속에서 견(犬)과 구(狗)로 구별하였다. 사전적으로 구(狗)는 앞발을 들고 서 있는 개의 모습이다. 또 몸집이 큰 개를 견(犬), 작은 개를 구(狗)라 구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견과 구를 달리 사용한 것이 흥미롭다. 견공(犬公)이란 의인화된 표현을 써가며 그 풍채와 지조를 강조했던 진도견과 풍산견이 있다면, 줏대 없이 마구 짓다가도 무서운 존재가 나타나면 꼬리를 내리는 일명 황구(黃狗), 백구(白狗)도 있다. 한자 어원상 큰 차이는 없지만 훗날 그 격이 달라진 것 같다. 한동안 애완견(견공)과 식용(황구, 백구)을 구별하려 했던 몸부림도 이를 기준하였으리라.
아무튼 이제 개는 한갓 동물이나 가축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 명칭도 개가 아닌 동고동락하는 인생의 반려견이다. 애완견을 자녀처럼 대우하며 부르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 독거노인의 반려자 견공들의 감동적인 활약상은 사람보다 낫다는 칭송도 듣는다.
1000만 애완동물 시대, 애완견의 가족화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개를 위한 카페, 병원, 놀이터, 유치원, 호텔은 물론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례식장, 납골당까지 사람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 분위기다. 각종 보험제도가 나오면서 개복지, 동물복지도 자연스럽다.
가족을 대신하는 애완견, 그렇다면 효와 사랑의 대상으로 애완견이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자녀의 부모에 대한 도리가 효이고 그 전제조건, 부모의 자녀사랑이 가족문화의 중심이라면, 엄연한 가족의 일원이 된 개가 효와 사랑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 것도 자연스럽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공경의 효개념이 사람과 개로 확대된 것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개가 자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으로 자녀사랑을 대신하고, 또 그 개가 인생의 반려자로 외로움을 달래주고 자식들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효를 실천하고 있다. 자식들이 못하거나 안하는 일들을 개가 묵묵히 대신한다면 이는 통탄할 일인가 아니면 고마운 일인가.
이제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현대적 효를 논하며 인간의 사랑과 공경의 자리에 애완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서글프고 안타깝다. 그래도 사랑과 공경의 효개념 중심에는 당당히 인간이 있고, 이를 끝까지 고수하며 추구해야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달라진 현대사회 한국효문화진흥원의 역할과 책무가 중요한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