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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현대적 효는 젊은이와 어르신의 어울림이다(2019. 10. 27.)

김영훈 작가,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전통적인 유교사회 속에서 우리가 으뜸으로 삼은 덕목 중 하나가 ‘효(孝)’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어버이를 섬기는 효를 근본으로 여겼고, 자기를 낳아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해드리는 효를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로 여긴 것이다.
 
우리는 효를 실천하는 이를 효자·효녀로 칭송했고, 조선시대 임금은 효자가 있는 마을에 정려문(旌閭門)을 세워 효를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기려줬다. 그러기에 효의 실천은 인륜도덕이 근간이 되는 대가족제도 속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정신으로 계승돼 왔다. 우리는 이렇게 효의 실천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선 말 국운이 다해 왕조가 몰락하고, 시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환기를 맞았다. 더구나 광복 후 근대화 과정에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노력과 함께 민주화를 이뤄내 압축성장을 하면서 기존 질서가 파괴되고, 가치관이 전복되는 혼돈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효에 대한 관념도 많이 허물어졌다. 효의 실천은커녕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혼인관계의 신뢰가 엷어지면서 요즈음 들어선 인륜이 파괴되고,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국회에서 효문화진흥법을 발의해 통과시켰고, 이를 홍보하고 실천하며 연구하는 기관을 만들었다. 지난 2016년 대전에 세워진 한국효문화진흥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에선 효의 가치를 복원하고, 심청이나 향덕처럼 희생과 섬김만 강요돼 오던 시대착오적 효를 현대적 흐름에 맞게 정립하고 있다. 어르신과 젊은이가 서로 어울려 칭찬하며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효문화진흥원에는 정규 직원 21명과 함께 효지도사 자격을 가진 효사랑 전문봉사단원 32명이 일심동체가 돼 대전에서부터 한국의 현대 효가 다시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성씨의 근원을 찾는 뿌리공원, 족보박물관, 효문화마을을 운영해 온 대전 중구청의 효문화운동을 바탕으로 한국효문화진흥원까지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지금은 ‘효월드’로 지칭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시설을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의 효 메카로 자리를 잡는 중으로, 안동 권씨 종가가 있는 무수동 천하마을의 유회당(有懷堂)과 중부권 최대 동식물원인 오월드를 연계해 효월드를 더욱 새롭게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청사진을 꿈꾸게 될 수 있는 건 효문화마을을 선도적으로 운영하는 중구청의 노력과 최근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장시성 원장의 공로가 있어 가능했다고 본다. 여기에 한국효문화진흥원 직원들의 성실한 근무와 전문성을 가진 효지도사들의 헌신적 봉사가 촉매제가 됐다. 효지도사들은 선발 당시부터 연령에 제한 없이 70대 후반의 노인들에까지 봉사를 허용해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된 효 전문가들이다. 효에 대한 확실한 생각과 전문성을 가진 봉사단의 헌신적 노력이 효 진흥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효문화진흥원은 희생과 섬김의 강요가 아니라 세상의 흐름에 맞게 젊은이와 어르신의 어울림이라는 현대적 의미인 ‘Harmony of young & old’(젊은이와 어르신의 어울림)의 정신을 발휘하는 효를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효문화지도사들은 한국효문화진흥원 직원들과 함께 선도적으로 효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효지도봉사단의 주축이 된 대전효지도사협회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3년간 운영상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효문화진흥원은 효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청산하고, 한국 효 발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나 모델을 정립한다면 효월드가 새롭게 거듭나리라 본다. 이런 추세로 효 사업이 잘 펼쳐진다면 한국효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국 효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머지않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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