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대전에 있는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유일(2019. 10. 28.)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한동안 건물이나 대교에 세계 최대, 세계 최고란 수식어 붙이는 것이 유행했다. 그에 못 미치면 동양 최대, 동양 최고란 말로 대신했다. 한 시대 개발도상국 자부심의 표현이리라. 선발주자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우리의 억척스런 노력의 산물이기도 했다. 외형적으로나마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는 자존심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수식어 찾는 게 쉽지 않다. 후발주자 중국의 저돌적인 개발과 건설이 한국의 야심작들을 뒤로 미뤄낸 까닭이다. 중국의 겁없는 성장과 질주는 우리의 세계 최대, 세계 최고를 가로챘다. 외형적으론 견주기 힘들 정도로 중국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중국이 같은 동양국가이니 동양 최대, 동양 최고란 말도 덩달아 어렵게 됐다. 그런데 형식적·외형적 세계 최고, 세계 최대란 말 대신 문화적 요소의 세계 최고, 최대, 세계 유일이란 말이 등장했다. 지자체마다 각기 보유한 문화유산과 시설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이미지 부상을 위한 가치 지향이다. 지역 문화 가치 극대화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부산은 11개국 2300여 명의 6·25 참전 용사가 잠든 유엔기념공원을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라 소개했다. 청주는 ‘세계 최초’의 인쇄술을, 경주는 ‘세계 유일’의 인공석굴 석굴암을 자랑했다. 고인돌로 유명한 전북 고창은 한반도 ‘첫수도’라 칭했고, 전남 광양은 ‘세계 최초’ 김 시식지라 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지역의 문화사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강원도 정선은 석회암으로 만든 수마노탑(水瑪瑙塔)을 ‘세계 유일’이라며 국보 승격운동으로 이어갔다. 불교문화재이지만 지역사회 기독교, 천주교계도 적극적이란다. 군민 모두가 종교, 정파를 초월해서 정선의 문화를 선양하자는 운동이다. 이미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정선이 수마노탑을 국보로 인정받으면 정선의 문화 이미지는 급상승할 것이고 정선을 찾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5천원권 이율곡, 5만원권 신사임당의 연고가 있는 강릉은 ‘세계 유일’의 모자(母子) 화폐도시를 표방하고 화폐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화폐 인물로 모자가 선정된 경우는 세계 유일이라는 것이다. 경북 안동은 천원권 주역 이퇴계를 활용한 이미지 마케팅의 선도 도시이다. ‘한국 최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일궈낸 유교문화를 아예 지역의 상징으로 삼았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란 이름도 나왔다. 과거 유산으로 현재 문화를 이어가는 안동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다른 곳에서 잊혀지고 사라지는 종가문화, 양반문화를 오히려 부각시키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주제로 정기적인 대규모 국제학술행사도 치른다. 전통 종가와 관련된 밥상, 다과상, 제사상 등은 유력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 대전이다. 대전에만 있는 세계 유일,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문화시설이다. 한국효문화진흥원, 뿌리공원, 족보박물관이 그것이다. 서구사회는 물론 유교문화권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전만의 것들이다, 효문화, 성씨의 뿌리, 족보는 유교문화권 공통의 가치이지만, 이를 기념하고 체험하는 시설은 오로지 대전에만 있다. 유교의 본산이라 자부하는 중국 일부 지방에 효관련 공원이나 소규모 박물관은 있지만, 우리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공자와 관련된 구조물은 엄청나다. 공자 고향 산동성 곡부에 건립한 73m 높이의 대형 공자상과 공자박물관의 규모는 상상초월이다. 중국 곳곳에 공자사당(대성전)이나 기념관은 우리네 향교나 서원처럼 새롭게 단장되고 있지만, 효를 주제로 한 기념관이나 구조물은 동네 벽화 수준에 불과하다. 효문화가 발달했던 대만과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대전에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의 한국효문화진흥원, 뿌리공원, 족보박물관이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랑할만한 일이다. 외형적 시설의 유일성, 최대성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무형 효문화자료를 집대성하는 ‘한국효문화자료보감’ 편찬 사업 역시도 ‘세계 유일’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사업이다. 향후 이를 토대로 추진할 한국효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작업은 그래서 소중하다.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