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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孝 이야기) 내탑동, 금강의 탑산에 얽힌 효와 사랑이야기(2020. 7. 13.)

금강에 홍수가 나면서 무주(茂朱)로부터 떠내려 온 섬이 있다고 합니다. 그 섬에는 절이 있었는데, 절은 무너지고 탑(塔) 지붕만 남고 묻혔다 해서 내탑(內塔)이란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대전시 동구 내탑동입니다.

지금은 대청댐이 들어서며 전과 다른 지형이 되었지만, 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내탑동 금강 주변에는 수영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신라 말엽 전라도 무주 구천동에는 한 토호가 살고 있었습니다. 옛날부터 무주 구천동에는 땅이 기름져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래서 구천동 장자하면 돈과 권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에 외동딸과 부부 단 세 식구만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워낙 집안에 돈과 권력이 있어서 그런지 그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집은 늘 장터와도 같았습니다.

외동딸이 장성하여 열여섯이 되었을 떼 아버지는 완주(전주)로 가서 신랑감을 골랐습니다. 무주 구천동에서 장자 사위감을 고른다는 소문이 완주바닥에 퍼져서 많은 총각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맘에 드는 사윗감이 없었습니다.

다음 해, 이번에는 청주로 사위 감을 고르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 그 다음해에는 어머니를 동반하고 충주로 사윗감을 고르러 갔습니다. 자연히 집에는 딸 혼자 있게 되었고, 종들 틈에서 딸은 모처럼 만에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열아홉 살이 된 딸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환해 보였습니다.

하루는 꽃이 만발한 산에 올랐다가 한 초막을 발견하였습니다. 초막에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총각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초막 입구에는 칼과 창을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를 이상스럽게 쳐다보던 딸은 마침 집에서 나오던 총각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총각은 아주 멋지고 늠름했습니다. 딸은 그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총각도 딸이 맘에 들었던지 “보기에 귀중한 댁의 처녀 같은데 안으로 좀 들어와서 쉬었다 가시지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둘은 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초막 안은 매우 깨끗했습니다. 총각의 어머니도 계셨습니다. 총각도 어머니도 산 속에 살 분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산 속 초막에서 돌아온 딸은 밤새 총각 생각만 하다가 다음날 새벽 일찍 산 속 초막으로 갔습니다. 총각은 없었지만 그 어머니와 어울려서 거문고도 켜고 책도 펼쳐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초막은 별천지 같았습니다. 초막 속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막상 아들이 들어오자 처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때 총각이 “오셔서 어머니 말동무가 되어 주시는 것은 고맙습니다만 늦게까지 낭자가 총각 네 집에 계신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하고는 어둠 속으로 나와서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서도 두 사람은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총각은 작별인사를 하고는 어둠속으로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딸은 그날도 밤새도록 총각 생각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속으로 “내 낭군은 저 분이다. 나는 저 사람 아닌 사람에게는 시집을 안 갈거야.”라는 결심도 하였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도 딸은 초막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습니다. 마침 신랑감을 구하러 충주에 가셨던 부모님이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서야 신랑감을 충주에서 발견하였다며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산 속 초막 총각에 마음을 뺏긴 딸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부모님은 충주 총각과의 혼례를 서둘렀습니다. 두 달 후 혼례를 치르기로 날도 정하고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는 사이 딸은 총각 집 초막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간 엉뚱한 곳으로 시집을 가겠다고 생각한 딸은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전 시집을 안 갈래요. 보내려면 제가 좋아하는 총각에게 보내주세요.”라는 폭탄선언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은 딸의 마음을 빼앗아 간 총각을 찾아가 모진 매를 때려 그만 죽게 만들었습니다. 총각이 매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딸은 그날 밤 부모 몰래 집을 나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습니다. 혼례를 며칠 앞둔 신부 집에서는 딸이 사라지자 난리가 났습니다. 종들을 풀어서 딸을 찾았지만, 막상 딸은 구천동 너머 산 속 절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딸이 산 너머 절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는 딸을 찾아 나섰습니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을 데리고 산을 넘었을 때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빗속을 달려가 드디어 절이 있는 냇가에 이르렀을 때 절이 있던 동산이 냇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부모는 놀라면서도 “저 동산을 따라가자.”라고 하면서 떠내려가는 동산을 따라 갔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동산은 둥실둥실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종들은 동산을 따라가다가 실족하여 물속에 빠져 죽기도 하였습니다.

떠내려 온 동산은 마침내 어부동을 돌아서 내탑동에 머물렀습니다. 동산에 있던 절도 탑도 그대로 떠내려 왔습니다. 딸은 절에서 초막 총각의 넋을 위로하며 불공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총각을 죽인 부모님을 위해서도 정성을 드렸습니다.

그 후 무주사람들이 찾아와서 이 동산은 무주현에서 떠내려 왔으니 자기네 땅이라고 하면서 돈을 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산과 그 안에 있던 절과 탑은 점차 물과 땅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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