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孝 이야기) 어머니를 만나게 해준 옻샘에 얽힌 이야기(2020. 8. 11.)
- 등록일 : 20-08-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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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방동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곳에 오면 편안하고 한가하다해서 삼한(三閑)이란 이름도 붙었습니다. 어느 해 사화(士禍)에 쫓긴 선비가 이곳으로 내려와 은둔하면서 나무꾼 노릇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선비는 복권이 되었고, 조정으로 복귀하면서 숨어 살던 이곳을 “조정인들 여기 삼한만 하랴!”라고 하며 이곳을 평가했습니다. 일을 하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일한(一閑)이요, 물이 좋아 장수하니 이한(二閑)이요, 듣기 싫은 것 안 듣고 보기 싫은 것 안 보니 삼한(三閑)이라 했습니다.
이로부터 이곳은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란 얘기도 전해옵니다. 기러기 세 마리가 앉아 있는 형국이라서 삼안(三雁)이란 또 다른 명칭도 있습니다. 아무튼 산과 물이 좋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기 방동 방골에서 서쪽으로 약 4Km 정도 가면 옻샘이란 샘이 있습니다. 지금은 길가 초라한 우물가로 변했지만,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이 샘물은 한 여름에도 얼음처럼 차고 맑았다고 합니다. 이 샘을 옻샘이라 부르게 된 데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연산 땅에 이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생은 성품이 착한데다가 머리도 총명하고 명철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촉망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당에서 선생님이 한 가지를 가르쳐 주면 열 가지를 깨달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늘 모범을 보였습니다.
여덟 살 때 『동몽선습』을 떼고 열 살 때는 『명심보감』을 떼었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습니다. 이생의 이런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커서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아들을 둔 어머니는 이생을 가르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홀로 된 몸이지만 남편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남편도 가족과 자녀들을 위해 큰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다가 몸이 약해지는 바람에 아내와 아들을 남겨두고 먼저 죽었습니다. 이생의 어머니는 아들을 공부시켜 과거에 급제시키는 것만이 죽은 남편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생의 나이 열 살이 넘으면서부터 그를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다는 신도안의 암자로 보냈습니다.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말했습니다.
“한석봉이 공부하다가 중간에 집에 돌아온 것을 어머니가 다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알지 않느냐. 나는 한석봉의 어머니보다 더 마음이 모질다. 너는 과거에 합격하기 전에는 절대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나는 너를 자식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다짐을 하며 훈계하고는 아들을 신도안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보겠다는 어머니의 강한 자녀사랑이 묻어나는 내용입니다. 또 그것이 먼저 간 남편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참아야 했습니다. 집을 나서며 어머니와의 단호한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가 어머니를 만나는 길은 오직 과거에 급제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강하게 하고 공부한 나머지 드디어 과거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선생님에게 큰 절을 올린 다음 한양을 향해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한양에 당도하여 과거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가 지름길이 있으면 가시덤불이 가로 막아도 그 길로 걸어갔습니다. 그만큼 그는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이생은 잠시도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생은 가려운 곳을 무의식적으로 긁으면서 걸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온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이생은 가던 길을 멈추고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온몸에 옻이 올라 있었습니다. 큰일 났다 싶어 과거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암자로 다시 돌아가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이생은 십 년 동안 보고 싶은 어머니도 만나지 못하며 공부해서 이제야 과거 시험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중도에 이렇게 되었으니 얼마나 절망했겠습니까? 이생은 한양 가는 길을 포기하고 되돌아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나리 봇짐을 둘러메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샘물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목이나 축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그곳으로 돌렸습니다. 물을 한 모금 떠서 마신 다음 샘물을 가려운 곳에 발랐습니다. 특별히 어떤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가려우니까 그저 발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살갗에 빨갛게 오돌 도돌 일어났던 피부가 원상으로 돌아가며 가려운 것도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생은 즉시 옷을 벗고 그 샘물로 온 몸을 축였습니다. 그랬더니 금새 옻이 사라지고 피부가 깨끗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이생은 그 길로 한양으로 달려가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어서 당당하게 장원급제하였습니다. 이제 그리웠던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번에 옻을 치료했던 샘물가에 이르렀습니다. 이생은 샘물을 보자 그 샘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 샘물이 아니었더라면 오늘날의 자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샘가에 팽나무 한 그루를 기념으로 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심은 것이 정자나무가 되어 길가는 나그네들에게 오랫동안 그늘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그 나무가 몇 년 전까지도 그곳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후로 이 샘을 옻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