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대전에서 만나는 한국의 미래(2019. 3. 18.)
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질적 변화를 추구한 르네상스는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운동이다. 지동설은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이끌었고, 종이, 인쇄술, 항해술, 화약과 같은 신기술의 발명은 봉건제 유럽사회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는 과학적 결실이었다. 전과 전혀 다른 질적 전환은 사회변혁은 물론 일반인들의 삶의 체제를 바꿔 놓았다. 그럼 무엇이 이런 변화, 변혁의 추동력이었을까? 한마디로 인문주의의 고양이다. 특히 고전에 대한 관심 고조는 르네상스를 제대로 읽게 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얼핏 근대화와 고전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서구 근대화의 중심에는 인문주의와 고전이 자리했다. 한마디로 고학(古學) 부흥이다. 고전은 과거시대의 잔재이지만, 앞을 향한 지렛대이자 방향타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로 서구사회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세계의 주역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전통 고전에 기반한 인문주의의 화려한 부활을 눈여겨본다. 앞을 향한 근대화의 달음질은 고전을 찾아 뒤로 가는 모양새였다. 먼 도약을 위한 뒷걸음질과 같은 이치이다. 전통가치에 대한 관심이 근대화의 필수조건으로 작용한 셈이다. 논어에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다. '옛것에 대한 익힘이 있어야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온축된 과거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옛것에 대한 앎과 존중이 결국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왕충(王充)은 논형에서 “옛것을 알고 지금을 모르는 것은 땅속에 빠지는 것이고(陸沈), 지금만 알고 옛것을 모르는 것은 앞을 못보는 소경(盲?)”이라 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결코 단절이 아닌 연속선상에 있음은 지극한 상식이다. 옛것 속에 미래의 방향과 교훈이 있다는 것이다. 옛것을 바로 알아야 희망찬 미래가 있음을 보여준다. G2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도 고학(古學) 부흥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20세기 후반 한창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던 시절 중국 전역은 고전읽기 붐이 일었다. 일명 국학열(國學熱), 독경열(讀經熱)이다. 최고 지도층으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고전 읽기 붐은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초중고학생들의 고전 읽기도 필수였다. 논어관련 도서가 1000만 권 이상 팔렸다는 보도도 있다. 비약적인 발전의 뒤안길에 고전읽기와 고학부흥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화려한 미래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우연히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만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전통, 곧 과거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이다. 지나간 역사와 전통이 뿌리라면 가지와 줄기는 현재이고 꽃과 열매는 미래라 할 수 있다. 뿌리 없는 가지와 줄기 있을 수 없고, 뿌리 없는 꽃과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 뿌리가 있기에 줄기와 가지, 꽃과 열매가 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도 미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서는 건강한 미래, 희망찬 미래를 지향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전은 한국의 과거 전통문화와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과학기술이 잘 조화된 도시이다. 남쪽에 효문화진흥원, 뿌리공원, 족보박물관과 같은 전통적 인문주의의 온상이 있다면, 북쪽에 미래를 지향하는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 단지가 있다. 한마디로 ‘남전북래(南傳北來)’, 남쪽에 계승해야할 전통이 있고 북쪽에 추구해야할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 각 가문의 뿌리와 전통을 모아둔 공간과 또 그것이 한국인의 삶에 핵심 가치로 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효문화진흥원이 있다는 것은 대전이 한국의 전통적 정신문화를 온축하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 최고의 과학기술단지와 대학이 있음은 대전이 한국의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전 인문적 가치와 나아가야할 미래의 과학기술이 대전에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음은 대전이 ‘온고지신’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란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대전은 한국의 상징이자 찬란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범도시가 될 것이다. 대전에서 한국의 전통가치를 돌아보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사회를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